일요일 오전 9시. 평일 같으면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겠지만, 일요일은 달라.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다르다. 평일의 피곤함을 달래는 토요일에는 오늘 하루는 어떻게 놀아야 기갈나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라고 고민한다면, 일요일에는 어떻게 해야 평화롭게 보내서 일주일을 마무리할까?라는 고민으로 눈을 뜬다.
일요일 오전 7시쯤, 눈이 살짝 떠졌다가 잠이 들고 푹잤다 싶을 때 눈뜨면 9시. 창문 밖을 보면 파란 하늘이 보이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남자친구가 보인다. 긴 속눈썹에 작고 이쁜 곡선을 그린 코, 살짝 웃고 있는 입과는 다르게 고로롱도로롱하는 코골이. 자기 베개를 두고 굳이 불편하게 내 베개에 올라와 자는 귀여운 사람.
남자친구는 그렇게- 5시간은 더 자야 일어나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옆에 같이 누워서 밀린 브이로그들과 놓치고 있던 트렌드를 좇는다. 핸드폰을 보기 버거워질 때즈음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 사랑스러운 남자친구를 바라보기도 하고. 아무리 알람이 울려도 잘 깨지 않는 그를 위해, 왜 맞춰 놓은지 모를 오전 열한 시 알람을 끄기도 하고 괜히 바깥에 나갔다 와서 브런치 재료도 사 온다.
한시 넘어서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남자친구를 꼭 안아 깨우다 보면 일요일 오전시간 끝. 매번 반복되는 일요일이고, 가끔은 늦게 일어나는 남자친구 때문에 화도 조금 나지만.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시간. 이 시간을 지키는 게 나의 의무로 느껴진다.
목요일에 내가 화내서 미안해. 그렇지만 네가 날 화나게 했으니까 봐줘. 그러면 언제까지고 일요일 시간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7일. 여러분이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침, 아직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토요일? 필름 사진을 자주 찍었을 무렵, 저는 화요일을 가장 좋아했어요. 주말 동안 열심히 찍은 필름을 월요일 사진관에 맡기면, 그다음 날 화요일에 결과물을 볼 수 있었거든요. 다함께글쓰계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해 본 주제는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한동안 글쓰계 멤버들이 '좋아하는 시간'에 대해서 쓴 글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