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일을 계획하는 글쓰기
작년,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경험했다. 글쓰기 모임인 글쓰계에 참여해서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써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일기를 쓰기도, 한주의 짧은 회고와 내일, 혹은 한 달을 대비하는 계획을 써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마음의 짐처럼 생각하고 있는 일기 쓰기는 내 마음의 웰빙을 위해 시작한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하루 있었던 일을 나열하고 끝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원래 내가 의도했던 바는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으로 나의 스트레스 레벨이 낮아지는, 즉 꽉 차 있던 독소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아름다운 그림이었는데 막상 펜을 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거의 ‘오늘은 ㅇㅇ했다. ㅇㅇ해서 ㅇㅇ했다. ㅇㅇ한 것 같다. 내일은 ㅇㅇ해야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래서일까, 독소 빼기는커녕 일기는 여전히 재미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 일지 같은 일기라도 10년 뒤에 보면 재미는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듬성듬성 쓰고 있기는 하다.
일기가 재미없는 글쓰기라면 계획 세우기는 재미있는 글쓰기에 속한다.
매달 초,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면 나는 그 한 달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써본다. 한 달 동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 어떤 곳에 가고 싶은지, 어떤 시간을 누구와 보내고 싶은지 두서없이 적어본다.
어떤 때의 나는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이고, 그다음 달의 나는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이다. 사실 쓴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희망사항을 적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을 이루어낸 사람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중요한 이벤트 등등을 적고 그걸 캘린더에 옮겨 적는다. 레고 조립과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이리저리 조립된 나의 일정들을 보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실제 실천과는 상관없는 계획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어제 2024년 1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짧게 적어보았다. 나는 이번 달 온천 여행에 갈 것이고, 회식이 한 번 있고, 친구의 출산 선물을 보낼 것이고, 돈을 아껴 쓸 것이며, 아침에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마 이 계획도 100% 지켜지지는 못할 테지만(이미 돈을 많이 썼다) 이미 나의 한 달을 조립해 보면서 얻은 충족감이 있으니 상관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