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의 키워드를 정한다. 올해의 나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나의 어떤 성향을 강화할 것인지를 단어 형태로 정리해 보는 거다. 이전에는 연초마다 소원에 가까운 버킷리스트를 올해의 목표라는 이름으로 가득 채워 넣었는데, 몇 년 전부터 두세 개쯤의 키워드를 골라 그 해의 방향성으로 삼는 방식을 실험해 보고 있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사는 성향이 아닌지라 내가 이루고 싶은 모습,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그에 맞게 일하고 생활하는 게 나한테는 더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아서.
올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떠올렸을 때 고민 없이 나온 키워드는 포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면서 아직은 나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말. 포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주 넓은 품이 생각난다. 내가 어떤 상태이든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줄 것 같은 너그러운 마음 같은 것. 단어 자체에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어감도 포옥- 감싸는 느낌이기도 하고.
작년의 나는 모든 일에서 너그러움이 부족했다. 내게 맡겨진 일 앞에서 나는 항상 완벽하고 싶었고, 늘 예민하고 조급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전혀 다른 성향의 동료들과 협업하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거고, 단순한 일을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해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도 했을 거다. 올해가 끝나고 돌아보니, 올해도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너그러운 마음과 배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겠다.
예전에 함께 일하며 알았던 어느 선배는 매사에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늘 나에게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간혹 내가 실수를 하거나 질문을 너무 많이 할 때도 별달리 지치는 기색 없이 응원과 피드백을 줬다. 선배가 만드는 포용적인 분위기가 팀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겁 없이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었고, 누군가를 속단하거나 질타하지 않는 태도가 동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시작한 지 5년째가 되는 올해, 나도 그때 그 선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좋아하는 단어인 포용을 올해의 키워드로 정해보았다. 물론 포용의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래도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면 되겠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누군가를 대할 때마다 생각해야지. 적어도 올해의 끝엔 작년보다는 둥글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기를 새해 소원처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