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어느 날부터 ‘무척’이라는 단어를 업무 메일에 자주 쓴다. ‘오늘 뵙게 되어 무척 반가웠어요’,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무척 기쁘네요!’라든지. 어쩐지 상대를 향한 기쁘고 반가운 나의 감정을 온 마음 다해 표현하는 듯하다.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이‘라는 무척의 뜻도 마음에 쏙 든다. 많이, 매우, 아주처럼 익숙한 단어보다 더 생경하고 활기찬 어감을 가진 것도 좋다. 위 단어들에 비해 구어체로 잘 쓰이지 않아 말로 내뱉으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라는 사람과 내가 쓴 메일이 누군가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도 한편에 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부정적인 형용사와 함께 붙을 때는 예외다…)
그리고 문득 나 자신에게도 무척 멋지다는 표현을 붙여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 아마 올해가 그런 해가 아닐까 싶은데, 1년 9개월 동안 혼자 고군분투 해오던 프로젝트를 종료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아쉬움이 덜하면서도 후련하고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며 자책을 하곤 했는데, 조금 쿨해졌다. 마치 그네를 타다 넘어졌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 흙을 툭툭 털어내고 다시 그네를 타려고 채비하는 기분이랄까. 어려운 일을 마주하면 누군가에게 푸념하고 위로를 받곤 했는데, 이제 열 번 중에 세 번 정도는 애써 위로받지 않아도 의연하게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단단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의 시간과 경험치가 쌓인 덕분이겠지. 이렇게 쌓이는 단단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오늘도 ’무척’ 대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