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나에게 살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된 단어는 ‘음’이다. 대화 중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위해 잠시 고민하는 순간. 차가운 첫인상으로 인해 이 순간에 오해를 많이 받았었다. 듣고는 있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혹은 기분이 상했는지. 그러던 중 한 커뮤니케이션 관련한 책에서 이런 순간에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서 ‘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라는 글을 봤다. 내가 당신을 인지하고 있고 지금 생각 중이라는 신호. 마치 휴대폰 업로드 중 보이는 프로그레스 바 UI와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음’을 엄청나게 사용하다 보니 나만의 사용 방식이 생겼다. 첫 번째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답변하기 전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한다. 이때, 주의점은 너무 지나치게 음을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적절한 시간은 약 3초까지 벌 수 있는데, 내가 음으로 벌어 본 가장 긴 시간은 약 10초였다. 면접 중이었는데 역시나 너무 길었는지 난 이 면접에 떨어졌었다. 두 번째로 혼자 고민하는 시간에 사용한다. 애착 인형을 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할 때 ‘음….’하고 있으면, 집중도 되고 머리에 엉켜있는 실타래가 풀리면서 생각이 잘된다. 마치 요술램프에서 지니를 부르는 마법 주문처럼, 생각되라는 나만의 비밀 주문 같다.
하지만, 최근 내 ‘음’이 공격을 받는 일이 생겼다. 회사에서 업무 중 ‘음’을 자주 사용하는 나를 보고 자기 일에 확인이 없어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음’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꽤 많은 해석을 두고 있었다. ‘음!’, ‘음,,,’, ‘음~’, ‘음?’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서 꽤 다양하게 해석이 된다. 나는 ‘음,,,’을 사용하지만, 상대방은 ‘음?’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음’ 사용을 줄이고 있다. 평생 함께한 벗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감정이 들지만, 오히려 애지중지한 단어이기에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에게만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닌 사람들에게는 냉철한 나를 보여주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