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걸 알게 된 건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릴 때는 여섯 가족이 한 번에 여행을 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행이라… 여름방학이면 바닷가였던 외갓집에 며칠 머물다 오는 것 말고는 사실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가족여행은 없다.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갖게 된 여름휴가. 애인이나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 엄마가 보였다. 2박 3일의 강원도 여행을 슬쩍 제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무도 있고 바다도 있는 강릉에서 연신 좋다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던 엄마를 보는 게 나도 마냥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20대의 나는 50대의 엄마보다 정보를 찾는데 수월했으므로 유명한 횟집에도 가고, 펜션에서 바베큐도 미리 주문해 함께 구워 먹었다. 패키지여행 말고, 가족 여행 겸 가는 시댁, 친정방문 말고 딸과 함께 하는 여행. 엄마는 내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엄마와 매년 전국을 돌아다녔다. 강릉, 통영, 군산, 제주도 때로는 호텔로 호캉스도 가고, 베를린도, 체코도, 스페인도 다녀왔다. 엄마는 새로운 경험에 겁을 내기보다 콧노래를 내는 사람이라 그걸 보는 게 나도 좋았다. 가끔은 여행을 싫어하는 줄 알았던 아빠도, 남동생도 합류했다. 다들 계획을 세우는 게 귀찮았던 거지, 여행이 싫은 건 아니었나 보지.
엄마랑 다니며 좋았던 곳이 참 많았는데, 나는 엄마가 가장 많이 툴툴거렸던 두 번째 여행지, 통영이 계속 생각난다. 1박 2일로 다른 여행보다 짧았던 아쉬움 때문인지, 유난히 길이 멀어 고생스러워서 인지, 아니면 도착한 숙소가 게스트하우스에 2층 침대라 실망한 티를 내는 엄마가 야속했던 기억이 재밌는 추억이 되어버린 건지(사회초년생이라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로 글을 쓴다면 나는 통영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다. 사실 통영에 가본 것은 그때가 전부인데, 하룻밤 묵고 온 도시치고 인상이 진하게 남더니 쌓지 않은 추억이 쌓여있는 도시 같이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하니 내 고향도 아닌데, 더 애틋해 마냥 좋아져 버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 더 엄마와의 여행에 스킬도 쌓였고, 지갑도 두둑해졌으니까 다시 가면 조금 더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이번에 가면 욕라떼는 먹지 말자...) 게다가 이제 난 운전도 할 수 있으니까. 진짜 끝내주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와 한 번은 다시 통영에 함께 가고 싶은데,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