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된 건 운명이었을지 몰라
포르토는 단어만 떠올려도 내게 그저 사랑이 된다. 그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아 노트북을 세 번이나 여닫기를 반복했다. 비행기 타고 다녀온 도시 중 두 번이나 간 곳이니,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 포르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나오겠지. 포르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그 너머 모루 공원일테다. 사진 속의 이 풍경을 보고 여행지를 단번에 결정했을 정도다. 진짜 가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름이 둥둥 뜬 하늘 풍경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두 번의 여행길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다리를 걷고, 와인 병을 들고 공원을 찾았다. 2월의 추운 날씨에도 따사로운 햇빛 아래 잔디에 앉아 흐르는 강을 구경하며 멍 때리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어느 날에는 해가 떨어지자마자 이곳저곳에서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었는데, 이 행동들이 마치 ‘오늘 하루도 무사히 행복하게 보낸’ 우리 모두를 축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내가 이 공간에 있다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계획 없이 퇴사하고 온 여행 내내 한켠에 있었던 불안한 마음이 위로되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그윽해지는 해 질 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동 루이스 다리에서 바라보는 도루 강을 마주한 순간은 여전히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포르토는 식사는 물론, 디저트, 와인까지 훌륭하다. 물론 음식 맛없는 여행지가 어디 있냐만은 항구 도시인만큼 싱싱한 해산물 요리가 정말 눈과 맛을 즐겁게 했다. 해산물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 특히 새우, 조개, 가리비 등 해산물을 잔뜩 넣고 토마토소스에 졸인 해물밥은 단연 으뜸이었다. 첫 여행에서 발견한 해물밥 맛집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두 번째 여행에 또 찾아갔을 정도였다. 화로에 구워 나오는 대구 생선 요리도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스르르 녹아버리는데, 화이트 와인과 곁들이면 정말 황홀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포르토를 다녀온 사람들 백이면 백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바로 에그타르트다. 어느 카페에서나 에그타르트를 먹을 수 있다. 주문하면 바로 에그타르트를 접시에 툭- 무심히 올려주는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의심이 싹 사라진다. 희한하게도 분명 배부르게 식사를 했는데도 이게 들어갈 자리가 생겨난다. 그렇게 모든 여행객이 그랬듯이 1일3에그타르트를 즐기게 된다. 포르토는 걷기만 해도 충분히 즐겁다. 50년 넘은 건물은 물론 100년 넘은 카페도 있다 보니 도심 구석구석이 유적지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글을 쓰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100년이 넘은 카페, 호그와트에 영감이 되었다는 렐루 서점은 매일이 인산인해인데, 이곳들을 가지 않더라도 골목 어딘가, 우연히 들어간 카페도 고즈넉하고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있는 느낌이다. 참, 아줄레주 타일이 벽을 가득 메운 건물도 빠뜨리면 섭하다. 정사각형 타일에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손으로 그린 그림이 모인 벽은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도심 한가운데를 벗어나 로컬 지역, 대학교가 있는 곳을 걷다 보면 현재 포르토의 젊은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독특하고 기묘한 그래피티도 가득하고 눈이 즐거운 소품샵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여행 때는 남편과 버스를 타고 세랄베스 현대미술관을 찾았는데, 기이하게도 3시간 이상 미술관 내부와 외관을 걸었는데도 지치지 않았다. 예술 작품이 독특했던 것도 있지만, 자연이 있는 공간 전체에 매료된 것 같았다. 물론 관광 도시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자세히 건물 안을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워낙 오래된 건물이 많아 곧 무너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 포르토가 관광객들이 자주 찾아, 이곳이 계속해서 상권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쓰다 보니 포르토를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첫 문장이 낯설 정도로 아주 구구절절 포르토 예찬론을 펼쳤다.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포르토를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평온한 하늘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 삼 박자가 모두 어우러지는 이곳은 언젠가 꼭 또 한 번 다시 찾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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