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를 타는 시간
9월 중순부터 따릉이를 자주 탔다. 가을이 와서 그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따릉이 정기권을 끊어서다. 사람은 환경에 지배된다고 하더니 역시나. 나도 그런 인간이었다. 탈 때마다 앱 업데이트 하고, QR코드 찍고, 1시간을 선택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누르고, 1천 원씩 결제를 하던 정기권 끊기 전의 시간들은 안녕. 이제 타고 싶을 때마다 앱을 켜고 QR만 찍으면 1분 내로 서울시의 자전거가 내 것이 된다. 이용이 편해지니 절로 사용 횟수가 늘었다.
생각해 보니 따릉이 타는 횟수가 늘어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에 문명의 축복이라 부르던 IT서비스 몇 가지를 조금씩 줄이게 되었는데, 비대면 서비스만 이용하다 보니 가끔은 내가 쓰는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최소 이용금액이나 배송비를 맞추기 위해 당장 불필요한 것들까지 구매하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서다.
그래서 걸어가긴 조금 멀고, 그렇다고 버스를 탈 수는 없는 거리의 세탁소에 따릉이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동네 마트와 도서관 갈 때도 걷기 싫으면 따릉이를 탄다. 평일에는 퇴근 이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보통 주말 오전을 이용하는데, 토요일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면 내가 나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이 크게 느껴져서 뿌듯하고 좋더라고.
그렇다면 이 시기의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따릉이를 타는 시간이 아닐까? 직접 발을 구르고, 바람을 맞고, 희망찬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사는 동네를 누비는 것, 편한 게 최고라며 모든 생활편의 서비스를 구독하던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직접 오프라인 가게를 찾아다니는 것, 그러면서 왠지 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는 것 같은 행복한 헛꿈을 꾸는 그런 시간들. 아니면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있는 걸지도 모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