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색깔이 뚜렷해지는 시간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의 도시를 좋아한다. 이 시간에 거리를 나가보면 마치 노란 렌즈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거처럼 온군데에 따뜻한 노란빛이 묻어 나온다. 건물들은 오늘의 마지막 햇볕을 성실하게 맞아들인다. 볕과 마주한 면의 뒤로 길게 그림자가 진다. 이 시간대의 도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낮의 도시보다 훨씬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바닥에 늘어놓은 한지에 대형 붓으로 쓰여진 서예 퍼포먼스의 글씨처럼 살아 숨 쉰다. 햇볕을 가득 머금은 커다란 붓이 삐죽삐죽 솟아난 건물들을 터치한 것처럼 건물 고유의 색감이 더 진하고 뚜렷하게 느껴진다. 붉은색은 더 깊게, 노란색은 더 샛노랗게, 초록은 더 푸르게. 심지어 미색으로 칠해져 고만고만해 보였던 건물도 제 색을 발하게 해 준다. ㅤ 이런 선물 같은 광경은 눈에도, 카메라에도 동일한 질감과 부피로 담아야 한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하늘은 금세 다른 빛을 보여주기 마련이니 재빨리 움직이는 게 포인트다. 얼른 핸드폰을 들어 오늘의 도시를, 오늘의 햇빛을 담는다. 필름 카메라가 있다면 더욱 좋다. 특유의 색감이 내가 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더 진하게 보여줄 거다. 일단 찍었다면 눈에도 넘치게 담아야 한다. 적당히 기대 서있을 수 있거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감상한다. ㅤ 자꾸 훌쩍거리기 시작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눈을 크게 뜨고 그림 같은 도시를 눈에 담는다.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액자에 담겨 도시에 여기저기 널어져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사스러운 이 오후의 시간이 내겐 더없는 행복이다. |